5. 화성 이주

대멸종이 벌어지기 전, 인류는 지난 100년간 화성에 총 48개의 기지를 짓는데 성공했다. 처음 화성에 인류가 발을 디딘 2026년부터 100여년간 테라포밍을 거듭해왔다. 화성 북극에 총 8개의 핵폭탄을 터트렸고, 부족하지만 괄목할 성과가 있었다. 화성에 대기가 조금씩 생기고 있었으며, 이산화탄소로 가득했던 독한 대기질의 산소의 농도 역시 17%까지 올라왔다. 영하 120도, 영상 68도에 달했던 악독한 기후도 영하 80도, 영상 50도로 장비의 도움이 있다면 비교적 버틸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인공자기장도 형성되어 우주 방사능을 막았다.

달은 화성에 비해 물을 생성하기 어려운 환경인 관계로, 행성간 정거장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약 170만평 규모의 스테이션이 달의 앞면에 설치되었다.

화성국이 인도주의 명분 하에 지구인 170만명을 받아 주기로 결정한 후, 지구에선 인류를 대표할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엄선되어 선발되었다. 하지만 2,000명을 태운 1기 화성 스타쉽이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주대륙 5개의 발사 dock 중 3개가 의문의 폭발로 인해 파괴되면서, 남은 180기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무자비한 쟁탈전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180기 중 150기 이상이 테러와 공격으로 인해 폭발하고 말았다. 결국 170만명이 아닌 약 15만명 남짓한 인원들만이 스타쉽에 타게 되었고, 아직까지도 정확히 어떤 신분의 인간들이 화성으로 넘어가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화성 정착에 성공한 인류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인류가 이룩한 찬란한 문명은 결국 인류 스스로에 의해 파괴되었다. 때마침, 화성에서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분 사이보그화를 통한 신체개조가 필수적이었다. 이 인체개조 프로젝트의 선두에 있었던 화성국 2기 이주인 안드레 볼카노프스키 박사는 인체개조 중 인간의 과도한 경쟁심을 부추기는 인자를 제거하는 프로그램을 심어 넣는다. 인류가 저지른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이 아이디어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인간성을 결여시켜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은 이미 화성국의 모든 인원이 사이보그화 된 후 많은 시간이 지나고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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